버티컬 미디어란 무엇인가
버티컬(Vertical)은 수직이라는 뜻이다. 넓게 펼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전략이다.
종합 뉴스 미디어가 백화점이라면 버티컬 미디어는 '전문점'이다. 옷 전문, 음식 전문, IT 전문처럼 하나의 카테고리만 다룬다. 독자가 적을 것 같지만 그 반대다. 그 주제에 진심인 독자만 모이기 때문이다. 충성도가 높고 이탈률은 낮다. 광고주에게도 매력적이다.
지금 시대에 버티컬 전략은 선택이 아니다. 살아남는 길이다.
지역·세그먼트 미디어 확장 전략
#1. 두 번째 채널 확장 타이밍
#3. 산업별·세그먼트별 버티컬 확장 전략← 현재글
#4. 협업·제휴·합병을 통한 미디어 성장(예정)
#5. 해외 확장(아시아권 니치 미디어) 사례(예정)
#6. 다채널 퍼블리싱 구조 설계(예정)
#7. ‘미디어 그룹’으로 진화한 팀들의 공통점(예정)
왜 지금 버티컬인가
과거처럼 불특정 다수를 위한 뉴스 서비스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버티컬 전략이 나왔다. 뉴스 소비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독자는 자기가 관심 있는 것만 본다.
네이버의 유료구독 서비스와 카카오의 구독 서비스에 입점한 채널들을 살펴보면 레거시 미디어의 종합편성 방식이 아닌 특정 주제에 집중하는 버티컬 미디어 형태가 두드러진다. 포털 플랫폼 자체가 버티컬 콘텐츠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 이건 기회다. 대형 언론사보다 훨씬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면 된다.
국내 버티컬 미디어 성공 사례
아웃스탠딩(Outstanding)은 IT·스타트업 전문 미디어다. 아웃스탠딩은 스타트업, 플랫폼, 콘텐츠, AI, 모빌리티 등 독자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월 정기구독 모델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료구독 요금은 월 6,900원이다. 콘텐츠 퀄리티로 유료 독자를 유지하는 모델이다.
플래텀(Platum)은 스타트업 생태계 전문 미디어다. 플래텀은 스타트업 창업가의 혁신 이야기, 실시간 뉴스, 투자 소식, 글로벌 트렌드를 다루는 대표적인 버티컬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전문성 하나로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았다.
조선비즈는 대형 언론사가 버티컬 전략에 투자한 사례다. 조선일보가 버티컬 미디어로 설립한 조선비즈는 매출 202억 원, 영업이익 58억 원을 기록했다. 기존 뉴스룸 매출 구조를 벗어난 성과다.
이 세 가지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대형 미디어가 다루기 어려운 전문 영역을 먼저 차지했다는 것이다.
버티컬 미디어가 실패하는 이유
버티컬이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2017년 조사한 언론사 버티컬 브랜드 16개 중 절반 이상이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다. 중고차 커머스와 연계를 염두에 두고 자동차 전문 포털로 출발한 한국일보의 '모클'은 수익화가 부진해 접게 됐다.
실패한 버티컬 미디어에는 패턴이 있다.
전문성이 없다. 이름만 전문이고 내용은 종합 뉴스와 다르지 않다. 독자가 굳이 구독할 이유가 없다.
수익 모델이 없다. 트래픽을 모으는 데만 집중하고 어떻게 돈을 벌지 생각하지 않는다.
타깃이 너무 좁거나 너무 넓다. '한국 전체 부동산'처럼 타깃을 정하면 너무 넓다. 반대로 '서울 마포구 신축 아파트 투자'는 너무 좁다. '서울 2030 내 집 마련 전략'처럼 명확하면서도 충분히 큰 시장이 필요하다.
매체 특성상 전문성이나 차별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 전문성 없는 버티컬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떤 세그먼트를 선택할 것인가
버티컬 분야를 고를 때 기준이 있다. 세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광고주가 있는 분야인가. 독자가 모여도 돈을 쓸 광고주가 없으면 수익이 안 난다. 헬스케어, 부동산, 금융, IT, 인테리어, 교육은 B2B 광고주가 많다. 반면 취미·감성 분야는 광고주를 찾기 어렵다.
둘째, 전문 정보에 대한 갈증이 있는가. 일반 포털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힘들수록 기회다. 의료, 법률, 세무, 특정 산업 트렌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운영자가 진짜로 알고 있는 분야인가. 버티컬 미디어는 오래 운영해야 한다. 모르는 분야를 파고드는 건 오래가지 못한다.
버티컬 미디어의 수익화 경로
버티컬 미디어가 돈을 버는 방법은 종합 미디어와 다르다.
전문 광고. 일반 광고보다 단가가 높다. IT 전문 미디어의 소프트웨어 광고, 부동산 미디어의 중개사 광고처럼 해당 분야 광고주가 직접 찾아온다.
유료 구독. 전문 정보는 돈을 내고 볼 가치가 있다. 아웃스탠딩처럼 월정액 모델이 가능하다. 독자가 전문가라면 가격 저항이 낮다.
B2B 리포트와 데이터 서비스. 특정 산업을 깊이 다루다 보면 시장 데이터가 쌓인다. 이 데이터를 기업에 판다. 구독료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 가능하다.
이벤트와 콘퍼런스. 같은 분야 독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 자체가 수익이다. 스폰서십, 참가비, 전시 부스 수익이 생긴다.
버티컬 미디어의 수익 모델은 광고 및 브랜디드 콘텐츠, 구독·후원 및 회원제, 커머스, 관련 부대사업으로 구분된다. 처음에는 하나로 시작하고 독자가 쌓이면 다각화한다.
버티컬 론칭 5단계
막연하게 '전문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시작할 수 없다. 순서가 있다.
1단계: 분야 선정. 직업, 경험, 관심사 중 가장 깊이 아는 것을 고른다. 모르는 분야는 하지 말아야 한다.
2단계: 독자 정의. '이 분야 사람들'이 아니라 '이 분야에서 이 문제를 가진 사람들'로 좁힌다. '헬스케어 종사자'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는 병원 원장'처럼 구체적일수록 좋다.
3단계: 콘텐츠 3개월치 기획. 발행 전에 12~16개 주제를 미리 잡는다. 콘텐츠가 떨어지면 바로 멈추는 경우가 많다. 준비가 운영을 지속시킨다.
4단계: 작게 론칭. 뉴스레터 하나로 시작해도 된다. 웹사이트, SNS, 유튜브를 동시에 열 필요 없다. 채널 하나가 안정된 다음 늘린다.
5단계: 광고주 파악. 론칭 전부터 이 분야에서 광고비를 쓸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독자가 500명이어도 광고 제안을 할 수 있다. 타깃이 명확하면 숫자보다 질이 중요하다.
버티컬 확장, 언제 해야 하는가
처음부터 여러 버티컬을 동시에 키우려 하면 안 된다. 하나를 잘 만드는 것이 먼저다.
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아카이빙 되어 있는 버티컬 미디어에 안착하게 된다. 이들의 패턴은 규칙적이며 습관화되어 있다. 독자가 한번 습관을 만들면 이탈하지 않는다. 그 습관을 만들 때까지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버티컬을 추가하는 타이밍은 현재 버티컬에서 수익이 안정되고, 독자들이 연관 주제에 대한 수요를 보이기 시작할 때다. 그전에 두 번째를 열면 첫 번째도 흔들린다.
'전문가의 미디어'가 살아남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5년 뉴스 소비가 짧고 즉각적인 콘텐츠와 심층적이고 권위 있는 콘텐츠로 양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얕은 콘텐츠와 깊은 콘텐츠만 살아남는 구조다.
버티컬 미디어는 깊은 콘텐츠 쪽이다. 독자가 전문가이거나 그 분야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정보를 주면 돈도 낸다. 좁게 파는 것이 두렵다면 반대로 생각해 보자. 넓게 파는 미디어는 이미 너무 많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좁은 구멍에는 경쟁자가 적다.
다음 화에서는 '협업·제휴·합병을 통한 미디어 성장'을 다룬다. 혼자 키우는 것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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